카이언 x 아이삭
연달아 자꾸만 게이 오타쿠 비엘 소설을 올려서.. 정말.. 죄송합니다....
코로나 땜에 집에서 하는 게 하루 종일 오타쿠 만화 보기와 게이 소설 읽기밖에 없어서.. 당분간 양해 부탁드립니다... 웬만하면 참고 내일 일어나서 쓰려던 글인데.. 이게... 저의 '무덤작'에 들어가는 소설 중 하나인지라.. 오랜만에 읽은지라.. 가슴이 벅차오르고 웅장해지는 걸 참을 수 없어서.. 이 새벽에 글을 쓰고야 마는 걸 이해해 주십쇼.... 동인지는 사진을 도용해서 중고 거래에 쓰는 일이 빈번하기에.. 쿠소 워터마크를 어지럽게 박은 것도 이해해 주세요.....
제대로 후기글을 쓰기도 전에 이렇게 이상한 잡상인 마냥 구구절절 도입부를 쓴 것..
그 이유는 바로 이 소설이 부시통이니까! 쓰겠습니다. 그것이 부시통에 대한 예의, 아니, 약속- 이니까.
사실 지금의 내 비엘 공.수 취향이 이렇게 확고하게 정해진 것도 모두 부시통의 영향이라 볼 수 있다. 초딩공 수한정다정공에 무심수 다정수 외유내강수 짝사랑수 단정수 조합...
생각만 해도 불끈 불끈합니다.
아무튼! 마녀의 저주를 받아 그믐이면 몸이 다 짓이겨지는 고통에 살아가는 왕자 카이언은 당연하게도 마녀를 증오하고 미워하고 도륙하고, 궁에서 일하는 호위병 아이삭은 목숨 부지를 위해 본인이 마녀의 혼혈이라는 사실을 숨기고 살아간다. 마녀를 증오하지만 그 마녀 없이는 고통 속에 살아야 하는 공과 마녀 혼혈이기에 공 앞에서 자신의 본모습을 철저히 숨기는 수, 키워드만 봐도 존맛이죠..? 절대 만나서는 안 될 이 둘이 어쩌다 엮이게 되는지는.. 소설을 통해 확인해 주세요 후훗
나는 사실 같은 책을 몇 번이고 재탕하는 걸 즐기지 않는데, 부시통은 주기적으로 재탕을 하는 몇 안 되는 소설 중 하나이다.
유유자적 안빈낙도의 삶을 살아가는 아이삭이지만 마냥 맹한 건 아니라는 점이 나를 미치게 만든다. 호위병답게 의외로 검도 잘 쓰고, 눈치도 빠르며 본인이 옳지 않다고 생각한 일에는 목숨을 걸고도 바른 말을 해야 직성이 풀리고, 타고난 천성이 자신보다 항상 남을 먼저 걱정한다. 심지어는 예예- 하면서 요리조리 말도 잘해ㅋㅋㅋㅋ 어쩌면 카이언은 초반 아이삭이 자신의 손에 난 상처를 먼저 신경 쓰는 장면에서부터 그에게 감긴 게 아니었을까ㅋㅋㅋ 이런 생각을 하면 너무나도 즐거워진다.. 결국 주변의 모두가 알게 모르게 아이삭을 걱정하고 좋아한다는 점 역시 내가 아이삭을 사랑하는 이유이고. 카이언 앞에서 이런 말을 하면 내 목이 날아가겠지만요..? 또 하나 좋았던 장면은 아이삭이 카이언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깨닫는 장면이다. 그냥 좋아하고, 좋아하니까 보고싶고. 하지만 우리 아이삭은 그 후 카이언을 위해 마음을 내려두고 가차 없이 그를 떠나는 사람이라는 게... 여기서도 본인의 마음보다 본인의 마음이 닿은 카이언을 먼저 신경 쓰는 게 드러나서 가슴 찡했음ㅜ
나는 이대로 아픈 마음 부여잡고 살아도 괜찮은데 우리 왕자님은 그러면 안 되잖아요, 하는 아이삭의 마음이 너무 애틋해서ㅜㅜ
처음 읽을 때는 안 보였던 장면들이 두 번 세 번 읽으니까 보이는 것도 재밌었다. 이를테면 과연 카이언은 언제부터 아이삭에게 코가 꿰였을까, 하는 장면들ㅋㅋㅋㅋ 얘 뭐지? 싶은 감정이 사랑으로 발전한다는 건.. 너무 오타쿠의 심금을 울리잖아요. 심지어 타인에게 감정을 품어본 적 없던 사람이.. 아이삭에게는 웃음을 보인다는 게..ㅜㅜ 카이언의 질투하는 장면들도 하나하나 다 너무 좋아서 단어마저 음미하며 아껴 읽었다. 아이삭은 것두 모루고 응? 카이언님이 또 왜 저러시지? 하는 것도ㅋㅋㅋ 바부야 너 빼고 다 알아... 남들은 카이언 눈치 보느라 아이삭이랑 편하게 놀지도 못하는데 아이삭 혼자 왜? 카이언님 꽤 괜찮지 않아? 하는 그 모먼트가ㅋㅋ 대 환장 커플ㅋㅋㅋㅋㅋ
아아아! 부시통하면 빼놓을 수 없는 마스코트도 있는데, 바로 깜장색 고양이(호랑이) 세마리ㅋㅋㅋㅋ 때로는 수다스럽고 때로는 본질을 궤뚫는 말을 하나씩 툭툭 던지는데, 얘네 없었음 글이 이것보단 심심했을 게 분명하다ㅋㅋㅋㅋㅋㅋ 만방아 만방아 하면서 막상 그런 만방이 곁에 끝까지 남아준 울 쥔님들.. 산양고기랑 포도주 매일 대접할 테니까 나한테도 와주면 안 될까...... 안데르센의 원작 속 강아지를 고양이로 바꾼 게 정말 신의 한 수라고 여겨진다.
유우지님이 쓰시는 글은 대부분 내 취향에 너무나도 부합하는 공수와 배경들이 나온다. 패션, 플투비, 숲바다, 춘풍난만 등등 다 너무 좋았기에ㅜㅜ 유우지 공들 모아두고 수들 모아둔 스핀 오프 외전이 너무 고파요.. 21일에는 완전 구작인 신역의 아이가 이북으로 나오던데, 이것도 기대 중이다. 서브 커플도 나온다길래 더 기대 중. 당분간은 이 감정을 잘 묵혀뒀다가, 부시통은 눈보라 날리는 추운 겨울쯤에 다시 꺼내봐야겠다.
한여름에 부시통을 꺼내든 이유는.. 망고곰 작가님의 윈터필드를 읽다가 갑자기 생각이 나서ㅋㅋ
둘 다 다른 느낌으로 너무 재밌으니까 둘 다 꼭 읽어주세요... ㅎ
그래서 왕자는 바로 이 자리에 앉아, 혼곤히 잠들어 곤한 숨만 내쉬는 그를 물끄러미 지켜보았던 것이다. 그것마저 신기할 정도로 질리지 않아서, 계속해서.
(p.13)
부시통 지금은 이북 나왓어요..ㅎㅎ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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